공적 마스크 중복 구매 제한 첫날…'전쟁터'가 된 약국

입력 2020-03-06 13:29   수정 2020-03-06 15:31


"1500원짜리 마스크 사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요?" "스마트폰에 운전면허증 사진이 있는데 이건 왜 인정이 안 됩니까."

공적 마스크 중복 구매제한 첫날인 6일 아침 9시 30분. 서울 종로5가역 인근 온유약국에서는 시민들과 약사 간 실랑이가 수차례 벌어졌다. 약사와 약국 직원들은 "오늘부터 공적 마스크는 1인당 2매밖에 살 수 없고, 신분증 확인을 하고 있다"고 소리쳐 안내했다.

9시 35분부터 판매를 시작한 공적 마스크 100매는 10분 만에 동이 났다. 이날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고 돌아간 강모씨는 "주말엔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닫는데 집에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며 "외출할 일이 있으면 가족들끼리 마스크를 돌려 쓰고 있는데 오늘도 못 구해 큰 일"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운 좋게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주부 A씨도 "가족이 4명인데 오늘 산 2개로 언제까지 버티란 거냐"며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스크를 구해서 쓰고 다니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일선 약국들 지침 몰라 혼선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정부는 지난 5일 마스크 수급대책을 내놓았다. 6일부터 약국,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에서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려면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고 기존 '1인당 5매'까지 가능했던 구매수량을 대폭 줄였다(약국 1인2매, 농협과 우체국은 시스템 구축 전까지 1인1매). 9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일을 제한하는 '5부제'도 시행한다.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한 취지다.

시행 첫날 일선 약국에서는 구매 제한 지침을 두고 혼선을 빚었다. 시행일 하루 전 오후 3시에 수급대책이 발표되면서 각 약국이 세부 내용을 미처 알지 못해서다.

종로 보령약국은 이날 10시께 공적 마스크 판매 직전에야 마스크를 사러 온 시민들로부터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신분증 확인 절차를 마련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도 인정했다. 하지만 50m 떨어진 온유약국은 실물 신분증을 들고 온 사람들에 한해 마스크를 판매했다.

'1인 2매' 구매제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약국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찾은 강남역 인근 약국 5곳 중 3곳은 "1인당 2매 구매제한은 오는 9일부터로, 지금은 1인당 5매까지 살 수 있다"고 잘못 안내했다. 약사 이모씨는 "정부가 공적 마스크 판매를 발표한 지난달 26일부터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이 약국에 쉴 새 없이 밀려들다 보니 뉴스를 보거나 대한약사회의 공지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틈도 없다"고 했다.

◆"2매씩 팔 물량도 없어요"

이날 찾아간 약국들은 문마다 '공적 마스크 없습니다' '오늘분 공적 마스크 언제 들어올지 모릅니다' 안내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공적 마스크 공급 시간과 물량이 불분명하다 보니 약사들은 하루에도 수백번씩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김모 약사는 "약사들은 폭발 직전"이라며 "하루에 1000번 정도 '마스크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손님의 항의를 듣는다"고 했다.

이윤을 포기하고 어렵사리 구해놓은 민간업체 마스크를 보고 "대통령이 약국에 가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왜 없느냐" "공적 마스크를 빼돌려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이날 강남의 한 약국의 약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공적 마스크는 아직 구경도 못했다"며 "제 것도 구하지 못했을 뿐더러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공적 마스크를 약사들이 빼돌린 거 아니냐'고 따지는 손님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대만은 1월부터 마스크 수출을 제한했고 국내 약사들도 일찌감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사재기 방지 조치를 건의했는데 정부 대책이 늦은 감이 있다"며 "수급대책으로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은서/배태웅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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